12월 마지막 날 B형 여자의 독백 - 13월에게
- 김선우 -
우리 종족의 피가 네 종류뿐이란 게 부끄러워요
더 많은 피의 비밀이 있을 텐데
고작 네 종류밖엔 감당하지 못하는 걸 테니까
네 종류 피는 질서 유지의 한도
네 종류 피 속에 숨어 있는 팔만 사천가지 비밀 얘기들이 궁금해
나는 전사가 되었어요 오늘은 12월의 마지막 날
저 새의 혈액형을 알아다 주세요
내가 사랑하는 돌고래의 혈액형
귀여운 펭귄과 신비한 늙은 코끼리의 혈액형
아카시아잎 오물거리는 푸른 자벌레의 혈액형
기린과 오로라의 혈액형, 나를 홀리는 모든 존재들의 피가 궁금해
어젯밤 시실리에 떨어진 운석에 묻어 있는
얼음 종족 당신의 혈액형도, 알려주세요
당신에게 헌혈할 수 없어 안타까워요
오늘은 12월의 마지막 날
내게 남은 스물세번의 12월, 그 첫번째 12월
팔만 사천개의 혈액형이 반딧불처럼 발광하는
13월을 불러줘요 내 피를 줄게요
- 창작과 비평 2008 겨울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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